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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봬요 누나” “네가 자기야 미안해 했잖아? 환승연애 이딴 거 안 나왔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하 연애 프로그램) 속 한마디가 밈이 되고 다음 날 대화 주제가 된다. 관계 맺기가 어려운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우리는 왜 연애 프로그램을 볼까.
지금은 연프 전성시대!
2017년 ‘하트시그널1’ 방영 이후 연애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있다. 연애 프로그램은 성인 남녀가 연인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애 프로그램의 인기는 특정 프로그램만의 것이 아니다. 연애 프로그램 중 환승연애4는 빅데이터 평가 기관인 아시아브랜드연구소의 지난해 K-브랜드지수 예능 프로그램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환승연애3은 유튜브 클립 영상의 누적 조회수가 3억 뷰에 달했고 ‘솔로지옥5’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국내 TOP1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 전문 기관 트렌드모니터의 ‘2024 연애 예능(리얼리티) 프로그램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연애 프로그램 시청 경험률은 59.8%로 현재 10명 중 6명은 연애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는 셈이다.
연애 프로그램 전성기는 과거에도 있었다. 1994년 ‘사랑의 스튜디오’가 처음 등장하며 연애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렸다. 사랑의 스튜디오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게임과 장기자랑을 통해 매력 발산을 한 후 상대를 선택하는 맞선 예능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연예인들이 커플로 매칭된 후 게임을 해 최종 커플이 탄생하는 ‘강호동의 천생연분’과 남녀 연예인이 나와 게임하며 커플을 매칭하는 ‘리얼 로망스 연애편지’가 인기를 끌며 연애 예능 전성기를 맞았다. 또한 연예인들의 가상 연애를 다룬 ‘우리 결혼했어요’가 성행하기도 했다. 이후 2017년 리얼리티를 표방한 하트시그널의 성공 이후 2021년 ‘나는 솔로’와 ‘솔로지옥’ 그리고 ‘환승연애1’이 방영되며 다시금 연애 프로그램 전성시대를 맞았다.
연프의 다양한 변주들
과거의 연애 프로그램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였다면 요즘의 연애 프로그램은 남녀가 한 공간에서 지내며 썸을 타는 리얼리티 관찰 예능이다. 더불어 출연자들의 특성에 다양한 변주가 생겨났다. 출연자들이 전 연인 또는 가족 같은 관계성을 가진 채로 동반 출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환승연애는 전 연인과 함께 출연해 재회하거나 새로운 인연을 찾는다. 또한 ‘연애남매’는 남매 사이라는 것을 숨긴 채 남매가 동반 출연한다. 이별을 고민하는 연인들이 서로의 짝을 바꿔 데이트하는 ‘체인지 데이즈’ 싱글 남녀와 그들의 어머니가 합숙하며 결혼할 짝을 찾는 ‘자식방생프로젝트 합숙 맞선’도 방영됐다.
연령대와 직업과 같은 출연자 개인의 특성이 부각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신들린 연애’는 점술가들의 연애를 다룬다. ‘끝사랑’은 50대에서 60대의 중년들의 연애를 다루고 ‘누난 내게 여자야’는 연상의 여성과 연하의 남성으로만 구성된다. 또한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는 연애 경험이 없는 출연자들로 이뤄졌다. 더불어 동성연애를 다룬 ‘너의 연애’와 ‘남의 연애’도 방영됐다. 김나연(미디어·3) 학우는 “연애 프로그램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유형의 사람들의 연애를 볼 수 있어 재밌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김치호 교수는 “개인의 배경보다는 개인 자체의 인성과 인격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개인 취향에 관한 편견이 많이 줄어 연애 프로그램의 종류가 다양해졌다”고 전했다.
이제 연애 프로그램은 하나의 장르가 됐다. 연애 프로그램은 출연진의 서사를 강화하고 집중하는 방식으로 편집되기 때문에 하나의 드라마처럼 작용한다. 홍경수(문콘) 교수는 “시청자들은 연애 프로그램을 하나의 드라마로 수용하는 경향도 있다”며 “사회적 연기일 수 있는 출연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카타르시스와 공감을 함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특히 환승연애의 경우 전 연인 간의 서사가 더욱 부각되기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전성민(소웨·4) 학우는 “출연진간의 감정선이 잘 드러날수록 방송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며 “환승연애 커플들 중 장기연애를 한 커플일수록 서사에서 감동과 공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연애는 안하지만 연프는 보고싶어
연애 프로그램의 종류와 수 그리고 시청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에 반해 정작 사람들은 연애를 꺼려한다. 데이터 컨설팅 업체 피앰아이(PMI)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5년 미혼남녀 10명 중 7명이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전북대학교 심리학과 문찬기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결혼의 조건이나 사회경제적 기대 수준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며 “막대한 비용과 책임을 동반하는 결혼을 감당하기보다 나 자신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 됐다”고 전했다. 심화하는 경쟁사회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사람들이 연애를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김정환(사회) 교수는 “후기 근대적인 사랑은 소비 행위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며 “데이트할 때 돈이 많이 들지만 소비력이 줄어 연애를 하기 어려워진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연애 감정과 연애 욕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연애 프로그램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문 교수는 “연애를 하지 않는다 해도 인간관계에서 얻는 정서적 충만함과 사랑에 대한 본질적 욕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며 “사람들은 현실의 제약을 넘어 타인의 감정 교류를 보며 대리 만족과 공감을 얻기 위해 연애 프로그램을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연애 프로그램은 감정의 세밀한 결을 묘사하는데 탁월해 간접 체험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학우는 “해외 연애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연애 프로그램이 더 감성적이고 설렌다”고 말했다.
연애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연애 실패의 위험 없이 설렘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연애의 대체재가 됐다. 문 교수는 “연애 프로그램이 정서적 안전망 혹은 저비용 고효율의 감정 소비 모델로 기능한다”며 “연애를 하며 겪어야 하는 감정 소모와 경제적 지출 등의 리스크를 겪지 않고도 연애 프로그램을 보며 설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서희(불문·3) 학우는 “연애할 때는 상대방의 비위를 맞춰야 하지만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 그럴 필요가 없다”며 “감정적 손해 없이 쉽게 설렘을 느낄 수 있어 보게 된다”고 말했다.
연애를 배우고자 연애 프로그램을 시청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고아라(불문·2) 학우는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서 인간관계에 관해 배우기도 하고 반대로 미성숙한 행동을 보이는 출연자들을 보며 저렇게 행동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전했다. 이에 김치호 교수는 “연애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잘못된 점이라고 인지하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의 반응을 통해 인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애를 배운다는 견해에 관해 이윤서(불문·4) 학우는 “바쁜 일상을 살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서 사람 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관해 김정환 교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MZ세대 청년들은 면대면의 상호작용의 경험이 적다”며 “그렇다 보니 연애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연애를 배우는 맥락이 더 강화된다”고 전했다.
연프, 끝나도 끝이 아니다
연애 프로그램은 보는 것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연애 프로그램과 함께 유튜버들의 연애 프로그램 리뷰 영상이 떠오르고 있다. 연애 프로그램은 패널이 영상을 보며 멘트를 얹는 관찰 예능의 형식이지만 방송인인 패널들에게는 발언의 한계가 있어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유튜버의 경우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는 데에 있어 보다 자유로워 시청자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는다. 실제 리뷰 영상을 찍는 유튜버들은 방송과 무관한 개인 시청자의 입장에서 가감없는 반응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윤수빈(국문·3) 학우는 “본방송은 안 보지만 리액션 영상은 본다”며 “패널들은 억지로 공감할 때가 있어 답답한데 유튜버들은 하고 싶은 말을 그냥 해 더 재밌고 공감된다”고 전했다.
연애 프로그램의 방영이 끝나도 연애 프로그램은 계속된다. 연애 프로그램은 일반인 출연자들로 구성되지만 프로그램이 방영되며 출연자들은 팬덤을 형성하게 된다. 이처럼 팬덤을 이룬 출연자들은 연예계에 진출하거나 유튜버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활동해 프로그램 방영이 끝난 후에도 팬덤의 결집을 유지하게 한다. 일례로 환승연애4의 한 출연자가 운영하는 식당은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돼 문정성시를 이루기도 했다. 구다은(불문·3) 학우는 “환승연애를 보면서 출연자들의 팬이 됐다”며 “그중 한 출연자가 한다는 식당에 직접 방문했는데 연예인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연애 프로그램 전성시대. 이제 연애 프로그램은 하나의 장르가 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긴다. 연애를 하지 않아도 사랑은 잃지 않는 우리는 연애 프로그램을 본다. 어쩌면 연애 프로그램은 이 시대를 반영한 결과지 않을까.
출처 : 아주대학보(https://press.ajo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