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8.09.03
수정일
2018.09.03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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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9

[기고] “도박중독자, 자기 삶·가치 존중 안해… 나 자신을 사랑해야 벗어날 수 있어”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바라고 이루고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중독되어 살아가고 있다.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는 삶 속에서 많은 사람이 절망하며, 쉽게 무언가를 얻으려고 한다. 많은 도박산업이 이러한 욕구를 부추기고 있다.

도박 문제가 알려지는 것을 꺼리면서 조심스럽게 상담센터를 찾는 분들이 많다. 이들은 이미 경제적으로 파탄이 나 있거나, 주변 사람에게 준 경제적·심리적 피해가 막심하여 더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들 한다.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딱하기 그지없다.

이달 28일이면 도박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신설된 지 5년이 된다. 하지만 도박 치유 전문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은 여전히 문제를 숨기기에 급급하다. 문제가 드러났을 때조차 해결하려는 동기가 부족하고, 오히려 가족들에게 이끌려 오거나 가족들이 고통스러워 도움을 요청한다.

이영순 전북대 심리학과 교수
도박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좌절과 절망으로 삶을 포기한 듯 살아간다. 이들의 내면에는 살아오면서 미해결된 분노·외로움·슬픔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많고, 자신의 존재와 삶을 가치 없게 여긴다. 이러한 자기 파괴적 패턴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그들이 존중받지 못하고 살아온 삶의 역사뿐만 아니라 존재가치보다는 물질적인 면들이 우선시되는 사회적 영향력이 반영돼 있다. 도박 문제는 습관화되어 벗어나기 힘들고, 다양한 원인으로 치유 과정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가족, 개인적 측면에서 다양한 접근이 있지만 개인적인 측면에서 삶의 기본인 자기 사랑이 무엇보다 우선이 되어야 한다. 진정으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가 분명하고, 삶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한다. 자기 생각과 감정을 존중할 줄 알고, 바르지 못한 욕구와 행동을 조절하면서 건강한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한다.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관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식하면서 자기관리를 해 가기 때문에 중독 상태에 빠지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이는 정신건강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기 전까지 우리는 결코 변화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 때 변화할 수 있고, 문제 상황에서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도 비로소 보인다. 도박중독에서 벗어나는 길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자기 사랑이 먼저임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이영순 전북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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